오버워치 리그, 컨텐더스 코리아, 오버워치 월드컵 – 이 중 하나라도 한국 중계를 본 적이 있는 팬이라면 아마 “AKaros” 장지수 해설위원의 중계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정확하게 경기의 흐름을 짚어내며 항상 한 두 발자국 앞서나가 내다보는 분석력 덕에 장해설의 개인 방송, 복기 방송 등도 챙겨보는 팬들이 적지 않다.

에이펙스라는 대회가 존재하기도 전, UW Artisan(훗날 EHOME Artisan)이라는 팀 소속으로 넥서스 컵 등의 대회에서 활동하고, 또 특출난 겐지 실력을 통해 “겐지수”라는 별명으로 먼저 알려졌던 장지수 해설은 이제는 선수로서보다는 해설로서 팬들에게 더 알려져있지만, 프로 선수 장지수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해설가 장지수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프로 선수, 해설가, 분석가로서의 현재까지의 e스포츠 커리어, 오버워치 e스포츠 프로 대회 메타의 현황, 그리고 몇 달을 남겨두지 않은 오버워치 리그 2019 시즌에 대해 장지수 해설위원과 함께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듯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해설가로서 항상 메타를 정확하게 알고 최신 트렌드에 대해 꿰뚫고 있어야 하는 장해설은 개인방송에서 “보지 못한 경기는 1.5나 2배속으로 돌려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경기 보랴, 처치 목록 보랴 바쁜 일반 오버워치 팬이나 관객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장지수 해설은 프로 선수로서의 경험의 덕을 많이 본다고 한다. “특정 순간에 뭘 하겠다는 걸 아니까, 2배속으로 돌려야 할 때 뭘 봐야할 지 아니까요. 그런 포인트를 선수 생활하면서 많이 배운 거죠.”

경기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승리 혹은 패배 요인을 정확하게 짚어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오버워치 프로 선수 경험을 토대로 특정 순간에 선수들의 생각과 노림수에 대해서까지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지수 해설위원의 분석의 중요한 재미 포인트다. 경기를 볼 때 선수들이 고민하는 모습, 각을 재는 모습이 본인에게 보인다고 한다. “보통 가장 쉽게 보이는 건 궁극기를 쓸 각을 보는 움직임이죠. 초조해하는 모습이나, 겐지가 용검을 가지고 있고 쓰면 되는데 머뭇거리는 모습, 나노강화제를 기다리는 모습 등이요. 예전 에이펙스 시절에 라인하르트가 서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라인하르트가 빠질 상황이 아닌데 갑자기 코너를 돈다던가 하면 유인하려고 그런다는 걸 알았죠.”

최근 오버워치 월드컵 같은 프로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3-3 (탱커 셋, 힐러 셋) 조합으로 라인하르트가 다시 메타의 중심에 섰음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2016년 말, 2017년 초의 라인하르트가 맡았던 역할과는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고츠 (GOATS – 3탱3힐 메타의 별명) 메타로 가면서 이전에는 망치 한방 보고 싸웠다면, 이제는 힐러도 탄탄하고 위도우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조합이기 때문에 힐러를 기반으로 두고 라인하르트가 망치를 휘두르는 느낌이에요. 지금은 방패 밀치기-대지분쇄 연계가 되고 각을 직접 창조해낼 수가 있어서 예전보다는 스타일이 많이 공격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해요.”

오버워치 월드컵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보았듯이, 영국처럼 고츠 조합이 고도로 숙련된 팀의 경기력을 보면 조합이 얼마나 위력적이고 단단한 지 알 수 있다. “고츠 조합은 누구 하나 잘 해서 이길 수 있는 조합이 아니라 연계할 게 많은 조합이죠. 포커싱 들어올 때 잘 살아남아야 하고 힐러 잘 살려야 하고. 뭔가 다 단단해서 그런지 고츠 조합끼리 싸우면 싸움이 길어지는 것 같아요.”

경기 흐름에 대한 눈치와 센스는 귀신 같지만, “아카로스의 저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리고 해외에서까지 유명해질 정도로) 장지수 해설위원의 예측은 빗나가기로 유명하다. 날카로운 분석에 비해 경기 결과 예측은 빗나갈 때가 많다는 점은 팬들이 오히려 재미있어 하는 웃음 포인트로, 장지수 해설에게 “장펠레”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이기도 한다. “용봉탕” 황규형 국가대표 위원회 단장이 오버워치 월드컵 한국 국가대표팀에게 있어서 최대 변수는 장지수 해설 위원의 예측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박상현 캐스터의 유쾌한 입담 덕에 팬들이 즐거워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장지수 해설 본인 또한 그렇게 진지하게 예측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예측이 빗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스크림을 안 봐서인 것 같아요. 코치들이나 선수들이나 연락하는 것도 없고, 스크림을 보는 것도 없으니까. 제가 보는 건 대회거든요. 컨디션이나 전략, 상대 전적, 이런 걸 보고 판단을 하는 건데, 그 사이에 팀들이 준비해온 게 있다던가 스크림에서 누가 폼이 올랐다던가 하면 전 모르니까요.”

이렇게 해설로서 본인이 알 수 없는 변수들이 많다고 강조하지만, 예측하는 감 자체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도 인정한다. “박빙인 팀이 붙었을 때 감각으로 예측을 하는데, 그게 거의 틀리더라구요. 흔히 촉이라고 하는데, 저는 촉이 다 빗나가요.”

오버워치 리그 개막 시즌, 그리고 올해 내내 컨텐더스의 경기를 지켜봐온 장해설의 소감 또한 궁금했다. 시즌이 상당히 길고 휴식도 길지 않은 오버워치 리그는 시즌 중 메타의 변화, 혹은 팀의 안정화 등의 요소들 덕에 초반에 합이 잘 맞지 않던 팀들이 발전하는 양상이었기에, 스테이지별로 즐겁게 지켜본 팀들이 다 달랐다. 스테이지 별로 팀들의 순위권 변동도 적지 않아 어느 순간 다듬어져서 강해지거나 메타에 잘 적응해서 급작스럽게 상승 혹은 하락하는 팀들을 보는 것이 흥미진진했다고 한다. “갑자기 브리기테를 통해 올라간 댈러스처럼 갑자기 변했던 팀들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약한 팀이나 발전하는 팀들을 좋아하긴 하는데, 샌프란시스코 쇼크는 마지막 뒷심이 부족해서 아쉬웠고, 로스앤젤레스 글래디에이터즈도 발전하긴 했는데 결국 스테이지나 플레이오프 우승은 못했죠. 상하이 드래곤즈나 플로리다 메이헴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경기도 마지막에 힘빠져서 지는 게 안타까웠죠.”

즐겁게 본 선수로는 늘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필라델피아 퓨전의 메인탱커 Fragi, 댈러스 퓨얼의 서브탱커 Mickie 등을 꼽는다. “게임 내적으로 들어가면Space선수[가 눈에 띄었어요]. 디바를 정말 잘 쓰는 모습을 보여줘서 감탄하면서 봤어요. 메르시 부활때마다 어디선가 날아와서 밀치는 모습이 일품이었죠.”

이제 어느 정도 오버워치 리그 2019 시즌이 어떤 모습일지, 어떤 팀들이 참가하는 지 대략적인 모양새는 나온 만큼, 장지수 해설의 2019 시즌에 대한 각종 예측과 기대하는 바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다. 최근 진행된 오버워치 레딧의 “용봉탕” 황규형 해설과 장지수 해설 AMA에서 장해설은 오버워치 리그 2019 시즌에서 기대되는 선수로 뉴욕 엑셀시어의 신입 넨네 선수, 리그에 합류하는 콩두 판테라 출신 선수들, 그리고 엘리먼트 미스틱 출신 선수들이 기대된다고 언급했었다. 에이펙스 챌린저스에서 넨네 선수가 데뷔했을 때부터 그를 지켜보며 중계해온 장지수 해설은 오랫동안 넨네 선수의 뛰어난 능력을 높이 평가해왔다.

“제가 넨네 선수를 보고싶다고 평가한 건 정말 말그대로 리그에서 뛰는 걸 보고 싶어서였어요. 챌린저스에서 정말 화려한 데뷔를 했고, 그때 [넨네 선수가] 트레이서를 잡은 지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엄청난 활약을 했거든요. 비자 문제 때문에 아쉽게 기회를 놓친  선수라서 정말 리그에서 뛰는 걸 보고싶어요. 그 선수가 원래 활약했던 영웅이 트레이서라서 지금은 좀 힘들겠죠.”

리그 2019 시즌에서의 각 팀들의 성적에 대한 예측을 부탁하자, 장지수 해설은 한참 고심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는 아직 로스터가 확정되지 않은 팀도 있었고, 영입을 완료한 팀들도 성적을 쉬이 예측하기 어려워 고민하는 모습에 “그냥 지르셔도 된다”고 말하자, 장지수 해설은 원래 본인은 예측을 지르듯이 한다며 웃었다.

“일단 안전하게 밴쿠버를 넣겠습니다. 로스터는 모르지만 (웃음) 이름 보니까 잘 할 것 같아요. [필자 주: 이 인터뷰는 밴쿠버 로스터가 발표되기 전에 진행되었다.] 그리고 항저우도 꽤 잘할 것 같아요, 엑스식스, 세븐 출신 선수, 그리고 중국 국가대표 잘 한 선수들이 항저우에 가 있으니까요. 상하이도 지난 시즌 대비 무조건 성적이 좋을테니까 잘 할 것 같은 팀에 상하이도 넣겠습니다.”

팬들은 앞으로 장지수 해설의 날카로운 분석을 오래오래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AMA에서 “프로로서의 생활이 그립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프로로서의 생활이 그립기도 하고, 기회가 온다면 잡을 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답변한 것을 보면, 장지수 해설은 여전히 프로로서의 커리어에 대한 미련도 남아있는 듯 하다. 본디 정식으로 은퇴한 게 아니라 어깨 부상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휴식을 취하고 개인 방송을 통해 수입을 벌던 와중, OGN에서 객원 해설자리 오퍼를 받았고, 그 기회를 통해 해설의 길을 걷게 된 거라고 하는 장해설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도 계속해서 열심히 경쟁전을 통해 게임 연습도 했고, 팀에 합류해 스크림 연습도 한 적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지금 와서 선수로 뛰기엔 너무 늦은 것 같고 리그 해설하면서 오버워치까지 하기는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많이 놓았던 시간이 길어져서 요즘은 더 못하고 있어서 사실 선수로 복귀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은 들고 있어요.”

오버워치 리그 2019 시즌에서는 신규 확장팀들이 참가하고, 컨텐더스에도 많은 변화가 올 예정임을 이미 많은 팬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장지수 해설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변화 밖에도 전반적으로 한국이나 북미 외 타지역 컨텐더스도 주목하고 있는 듯 하다. “제가 퍼시픽 컨텐더스도 중계하기 때문에 퍼시픽을 보거든요. 지난 시즌에는 한국 팀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거의 절반이 한국 팀이거나 섞인 팀이거나 그랬어요. 물론 한국 팀들이 강하긴 한데, 이제는 태국이나 일본 팀들도 올라오고 있고, 상향평준화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월드컵에서도 중국이 되게 잘 했고요. [한국 오버워치 팬들은] 예전부터 넥서스 컵 등으로 중국 선수들을 많이 봐왔고, 그때 중국은 결국 항상 한국에게 밀리는 느낌이었지만, 타지역 컨텐더스를 보면 이제 [다른 나라들도] 슬슬 올라오는 게 아닌가 해요.”

다른 국가나 지역의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변화할 오버워치 판의 양상도 기대가 되지만, 또한 그 변화를 장지수 해설을 비롯한 한국 오버워치의 훌륭한 해설진이 계속해서 중계하고 분석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